자연 속 인간의 지위는 무엇일까? 얼마 전 국제지질학연합 층서소위원회는 현 지질시대인 ‘홀로세’를 ‘인류세’로 전환하는 안건을 부결했다. 인류세 도입이 지금으로선 성급한 주장이라는 판단이다. 그러함에도 인류세 개념은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남긴 흔적에 대해 깊이 성찰할 ...
자연 속 인간의 지위는 무엇일까? 얼마 전 국제지질학연합 층서소위원회는 현 지질시대인 ‘홀로세’를 ‘인류세’로 전환하는 안건을 부결했다. 인류세 도입이 지금으로선 성급한 주장이라는 판단이다. 그러함에도 인류세 개념은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남긴 흔적에 대해 깊이 성찰할 ...
“아빠의 커다란 침대로 기어 들어가면 일단 최악의 공포심은 사라져.”’안네의 일기’ 속 안네 프랑크의 고백이다. 숨소리조차 두려운 은신처에서도 소녀는 작은 행복을 키웠다. 가족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연결되어 있는 가족을 그려낸 근대의 이중섭과 저만치 ...
2024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에 견줘 1.3% 성장했다고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겨우 1.3%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오해다. 연간이 아니라 3개월 동안의 성장률이기 때문이다. 같은 속도로 4개 분기 연속 성장을 하면 1년간의 실질...
국내 최대 가요기획사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이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22일 하이브가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자 민 대표는 궁지에 몰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민 대표가 기자회견으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여론은 엇갈린다. 케이(...
힌드 라잡. 이 이름만은 기억해 달라. 3만4535명을 기억하는 것이 버겁다면.이 세상에서 보낸 햇수는 6년에 불과했다. 가자시티에서 살았던 6년, 하루하루가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사랑해주는 부모와 친척이 있었고, 신나게 같이 놀았던 사촌들이 있었다. 그날, ...
‘꼰대’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권위를 내세우는 나이 든 사람을 비하하는 은어입니다. 들었을 때 기분 좋은 말은 아닙니다. 저 자신도 특히 젊은이들과의 만남에서는 소위 꼰대나 ‘라떼’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꼰대란 “나는 알고 너는 모른다”는 말과 태도에서...
‘수사반장 1958’이 첫 회부터 10% 넘는 시청률을 보였다. 이렇게 관심을 끈 이유가 뭘까. 역시 원작의 힘이 크다. ‘수사반장’은 국내 최초 티브이(TV) 수사극으로, 1971년부터 1989년까지 880회나 방송되었고, 최고 시청률이 70%를 찍은 고전이다. 종영...
그날, 비가 질척거렸다. 죽음도 고독했다. 1895년 4월24일 새벽 2시 녹두장군 전봉준의 교수형이 집행됐다. “모든 재판을 2심으로 한다”는 형법 조항이 시행되기 하루 전이었다. 전봉준의 죄목은 ‘군복 차림을 하고 말을 타고서 관아에 대항해 변란을 만든 자는 때를 ...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한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지난달 26일 통과시킨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 본문 글자 수는 이 열여섯글자가 전부다. 서울시민 9만7702명(유효 서명 기준)이 참여해 최초로 주민발의 형식으로 제정된 서울...
전쟁은 평화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당연하게 여기던 평범한 일상이 바로 평화라는 사실 말이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평화는 모든 것을 지속하게 한다. 전쟁은 죽음이지만, 평화는 생명이다.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가 이를 증명한다. 전쟁 전에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일...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고 한다. 이전 세대가 돈을 조금 내고 많이 가져가는 것은 ‘세대 착취’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국민연금 평균 수익비는 2.2배라고 한다. 100원을 내고 220원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낸 돈의 2배 이상을 가져가는 이전 세대는 폭리를 취한다고...
“사회적 참사를 겪은 이들이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할 때마다 ‘빨갱이’라며 왜곡하고 폄훼하는 말이 잇달아 나오는데, 왜 그럴까 의문을 품으며 거슬러 올라가 보니 4·3에 이르게 되더라. 그때의 역사가 지금까지 반복되는 게 아닌가 싶고. 그럼 시작을 살펴야겠다 싶었다.”김...
지난 2월13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소셜미디어(SNS)에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일본 도쿄 콘서트 사진과 함께 “잘 섭외해서 ‘헬로 서울’이란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여기에 와서 헬로 도쿄라는 말을 듣는다”는 글을 올렸다. 스위프트를 국내에 초청하려 했지만 ...
우리는 서로 사랑도, 생각도, 병균도 나눈다. 위정자들에게 불온한 사상은 책을 타고 넘나들기 때문에 책은 강력한 통제의 대상이었다. 수십년 전엔 경찰이 대학교 앞에서 가방 검사를 하고 불온한 책을 걸러내기 일쑤였다. 지금도 권위주의 정권이 자리잡은 나라에서는 출판에 대...
아침에 일어나니 유빙이 기지 해안가까지 몰려와 있었다. 하얀 포말과 함께 해안을 채우고 있는 얼음들, 앞으로 미는 파도의 힘에 엉거주춤 지상으로 잠시 올라와 앉는 덩어리들. 내 방은 유빙 무리가 잘 보이는 쪽에 있었고 아침마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조차 투명해지...